몹시도 긴장했었던 것 같다.
수술 예약이 오후 4시반이었는데
오후 2시부터 손이 자꾸 차가워지고 일에 집중이 안된다.
마음은 몹시 불안했다.
치과는 항상 두렵다.
시간에 맞춰 병원에 도착하고
치료 의자에 누워 의사를 기다린다.
그는 내 얼굴보다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는 나를 알아본다.
"아~. 이분. 이거 땀좀 빼겠는걸. 쉽지 않아.."
"잘 부탁드립니다." 간신히 한마디를 내뱉었다.
의사는 그 뒤로도 수술이 상당히 어렵다. 완전 매복된 사랑니가 아주 크다.
그리고 뿌리도 정말 크고 신경을 압박하고 있다. 등등의 말들을 풀어놓는다.
내게 하는지 간호사들에게 하는지...
마취주사를 맞는다.
주사로 4번 정도 마취제를 잇몸에 투여한듯 하다.
생각보다 꽤 아프다. 그래도 못참을 정도는 아니다.
잠시 일어나 쇼파에서 마취가 되기를 기다린다.
한 5분 정도 지나, 다시 치료 의자에 앉았다.
이제는 완전히 누워 녹색 천을 얼굴에 덮고 입만 내보인다.
수술 시작이다.
느낌은 없지만, 잇몸을 잘라낸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잠시후...
입속에는 전동공구가 굉음과 함께 내 사랑니를 조각조각 내려 안간힘을 쓰고
머리속에는 수술전 들었던 부작용과 어렵다는 얘기들이 엉망으로 뒤엉켜서 튕겨다닌다.
배꼽위에서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손에 땀이 난다.
마취를 했지만, 잇몸속 깊은 곳에서는 통증이 느껴진다.
"너무 단단해. 안쪼개져"
"안빠져. 너무 커, 더 쪼개야 겠어"
"어우....허...."
의사는 여러가지 말들과 힘주는 소리를 내며 고군분투 한다.
오 마이 갓..맙소사...내 치아에 의사가 체중을 싣는게 느껴진다.
무슨 생각을 한다기 보다는, 무시무시한 감각들 속에서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다.
그저 불안하고 무서워하고 아파했다.
의사가 갑자기 내뱉듯이 말한다.
"다 뽑았습니다."
무언가를 정리하는 소리. 내 잇몸을 실로 꼬매는 느낌.
얼굴을 덮었던 천이 사라지고
나는 다시 일어나 앉았다.
의사가 뭐라고 했지만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냥 힘들었다는 것. 사링니가 너무 크고 뿌리도 엄청나게 컸다는 것. 블라블라블라.
3조각인지, 4조각인지...조각난 내 사랑니가 눈에 들어온다.
크긴 큰것 같다. 뿌리도 크다. 뿌리하나가 작은 치아 크기다.
그걸 보고 있자니 왠지 기절하고 싶었다.
...................
발치 후 9일이 지났다.
아직도 병원에 다닌다.
수술 후 어마어마하게 부었었고, 지금은 붓기가 빠진 자리가 딱딱하게 굳어 있다.
이걸 풀어줘야 한다고 온찜질을 처방 받았다.
수술이 끝난 후련함. 그리고 더이상 사랑니가 없다는 안도감.
조각나서 수술대 위에 있던 내 마지막 사랑니... 이젠 모습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날 사진을 안찍은 것이 후회된다.
안녕.